재개발이 진행중인 이현동과 평리6동의 사진을 담았습니다.
지금 대구는 수많은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나오며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둔 곳만 해도 대봉동, 동인동, 범물동, 대명동, 성내동, 신천동이, 거기에 덧붙여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동네들이 있습니다.
재개발 구역에서 사진을 찍을 땐, 보통은 상실과 부재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인기척은 완전히 지워지고 유리창은 죄다 깨졌지만, 이상하게도 인간의 흔적을 찾으며 거기에서 인간의 부재함을 느끼며 재개발 구역의 사진을 남기곤 했습니다. 사진의 시작과 끝이 모두 인간이 중심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우연히 들르게 된 평리6동의 재개발 구역에서 느낀 감정은 평소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강한 볕이 내리쬐는 그 날, 보통의 재개발 구역을 생각하며 지나가던 그곳은 유난히도 잡초들이 길고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습니다. 이렇게도 풀이 무성하게 자라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가까이에 산과 큰 공원이 있었 기 때문일지도, 우연히 시간이 맞아떨어져 무성히 자라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유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게 중요한 건, 이 재개발 구역에서는 인간이 아닌 다른 생이 숨 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난 시간 동안 많이도 찍어온 재개발 구역의 사진들은 묻어두고, 평리6동과 이현동을 다니며 인간이 아닌 생의 모습을 찾으며 사진으로 담아내려 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이 <임시 세입자>입니다.
이번 작업인 <임시 세입자>에서는 인간을 잠시 주변인으로 둔 채 다른 많은 생에 대해 생각할 수 있길, 그리고 이 공간과 재개발 구역들을 다시 드러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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